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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인문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고 소소한 글쓰기로 삶의 풍성함을 누리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아이들에게도 일찍부터 책과 함께 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으로 <걸리버 여행기>를 골랐다. 먼저 번에 <오헨리 단편선>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생각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단편집이라 호흡이 길지 않아 하루에 한 편씩 읽고 이야기하기 좋았다. 

책 사진

 

이번에 읽고 있는 <걸리버 여행기>는 생각보다 토론거리가 많은 풍자소설이다. 읽다보면 잠시 읽기를 멈추고 생각하게 한다. 예전에 동화책으로 읽어서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어린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은 많은 부분 축소가 되어 문장력을 통한 작가의 의도를 좀 더 깊이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되도록이면 축소되어 있지 않는 책, 어른들이 읽는 책을 읽도록 한다. 아이들은 3학년 때부터 꽤 두꺼운 책을 읽었는데 어려워하지 않을까, 라는 나의 우려를 뒤로 하고 매우 즐겁게 읽었다. 

 

<보물섬>, <모비딕>,<삼총사>, 등의 책은 남자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만한 모험심 가득한 이야기라 아이들이 매우 흥미를 느끼며 읽었다. 이런 책도 동화책으로 보면 내용 요약만 되어 있는 느낌인데 두꺼운 책으로 읽으면 아이들의 문장력이나 독해력도 좋아진다.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1667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영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아버지는 조너선 스위프트가 태어나기 7개월 전에 사망했고 이에 어머니는 갓 태어난 그를 큰 아버지에게 맡기고 영국으로 돌아가버렸다. 

 

큰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스위프트는 더블린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했다. 1688년 영국으로 돌아가 어머니의 도움으로 정치가 윌리엄 템플 경의 비서가 되었으며, 1699년 템플 경이 죽자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갔다. 이후 그는 여러 차례 영국을 방문해 길게 머물면서 정치적인 풍자 작품을 발표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으며 정치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1714년 그가 지지하던 토리당(왕당파)이 몰락하고 반대파인 휘그당(의회파)이 정권을 잡자 아일랜드로 돌아가 세인트패트릭 대성당의 주임사제 일을 맡았다. 

 

이후 영국의 식민 정책으로 수탈당하는 아일랜드 현실에 눈을 돌린 스위프트는 1724년 <드레피어의 편지>를 출간하여 영국의 아일랜드 내 통화 유통 계획을 비판하여 철회하게 했다. 

 

이어서 1726년 <걸리버 여행기>를 영국에서 출간하여 단숨에 유명작가가 되었다. 1719년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가 출판되어 인기를 누렸는데 <로빈슨 크루소>가 <걸리버 여행기>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걸리버 여행기>의 초판은 일주일 만에 다 팔렸고 3주만에 1만 권이 팔렸으며 2년 만에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독일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738년부터 아픈 조짐을 보인 스위프트는 이후 발작과 정신착란에 시달렸으며, 1745년 78세에 뇌졸증으로 사망한다. 

 

<걸리버 여행기> 내용

 

 

많은 사람들이 <걸리버 여행기> 하면 '소인국에 간 걸리버'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책은 4곳의 여행기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소인국 릴리퍼트 여행 

제2부 거인국 브롭딩낵 여행 

제3부 하늘을 나는 섬과 다른 여러 나라 여행 

제4부 말들의 나라 여행 

 

"나는 16년 7개월 동안 내가 여행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주었다. 나는 실제로 내가 겪은 일만 이야기했다 "

로 이야기하며 작가는 <걸리버 여행기>의 마지막 장을 써내려간다.

 

<걸리버 여행기>는 걸리버가 16년 7개월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겪은 일을 쓴 여행기의 형태이다. 

 

소인국 릴리퍼트 여행

조너선 스위프트는 소인국 릴리퍼트 이야기에서 당시 토리당과 휘그당, 두 당파로 갈라져 싸우던 영국의 정치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책 속 릴리퍼트 왕국에서 높은 굽의 구두를 신은 '트라멕산'파는 토리당, 낮은 굽의 구두를 신은 '슬라멕 산'파는 휘그당을 가리킨다.

 

당시 영국의 토리당은 영국국교회의 가톨릭주의 전통을 강조하는 고 교회파, 휘그당은 영국국교회의 프로테스탄트 성격을 옹호하는 저 교회 파란 사실을 구두 굽의 높고 낮음으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또한 윌리엄 3세와 앤 여왕이 루이 14세가 이끌던 프랑스와 잇달아 9년 전쟁(1689~1697)과 스페인왕위계승전쟁(1701~1713)을 벌인 사실도 소설 속에 담아냈다. 소설 속 대치하고 있는 두 왕국 중 릴리퍼트는 영국, 블레퍼스큐는 프랑스를 빗대었다. 

 

<걸리버 여행기> 토론내용

 

 

1. 남과 다름에 대하여

걸리버는 소인국에서는 '산 같은 사람'으로 표현된다. 각기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걸리버는 자신이 살았던 영국과 그 나라들의 생활환경과 문화, 가치관이 모두 다름을 체험한다. 영국에서 지극히 정상으로, 혹은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그가 체험한 환상의 나라들에서는 오히려 비정상이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가령, '상벌제도'에 관하여 살펴보자면, 소인국 릴리퍼트에서는 어느 사람이든지 73개월 동안 이 나라 법률을 엄격하게 준수했다는 증명서만 갖게 되면 그 신분과 지위에 따라 각종 특권을 준다.  

 

이에 대해 걸리버가 영국에서는 법을 잘 지키고 살았다고 상을 주는 일은 없으며, 법은 오로지 죄를 지은 자를 벌주기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라고 말하자, 

 

릴리퍼트 사람들은 그런 절름발이 법률이 어디 있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릴리퍼트에서는 규칙을 어기면 그에 대한 벌도 엄격하지만 규칙을 잘 준수한 것에 대한 상도 분명하게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공평의 의미이다. 

 

2. 본질을 잃은 당파싸움에 빗댄 현실 정치의 비판 

 

릴리퍼트 왕국에서는 '트라멕산'파와 '슬라멕 산'파가 대립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신은 구두 굽의 높이로 서로를 구별한다. 지금의 국왕은 낮은 굽을 신은 사람만 기용하고 있다. 이들은 함께 식사도 하지 않고 심지어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 모든 권력은 낮은 굽의 '슬라멕산'파가 잡고 있다.

그런데 왕위를 이어받은 왕자는 높은 굽을 따르기 때문에 두 당파 간에는 치열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3. 전쟁이 시작된 이유가 계란을 깨는 방법 때문에? 

 

 

계란의 둥근 부분을 깨서 먹을 것인지, 좁은 쪽 부분을 깨서 먹을 것인지에서 시작된 전쟁   

릴리퍼트 왕국은 블레퍼스큐 왕국과 치열한 전쟁 중이다. 그런데 이 전쟁의 시작은 어처구니없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바로 계란을 어느 부분부터 깨서 먹는지에 대한 의견 대립에서 시작된 것. 

 

계란을 먹으려면 둥근 쪽 끝부분을 깨는 것은 릴리퍼트의 오래된 관습이었다. 그런데 지금 국왕의 할아버지께서 어린 시절 당시의 관습대로 계란을 깨다가 손가락을 베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자 당시 국왕이었던 현재 국왕의 부친이 계란을 깰 때 좁은 쪽 끝부분을 깨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를 어길 경우 엄벌에 처할 것을 명령했고 이에 국민들은 여섯 차례 반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 내란을 선동한 것이 발로 블레퍼스큐였다. 어떤 이들은 좁은 방향으로 계란을 깨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기로 했다. 릴리퍼트에서는 이제 넓은 방향으로 계란을 깨는 사람들은 출판과 판매의 자유가 금지되어 왔다. 

 

이 어이없는 이유로 시작된 전쟁으로 그동안 릴리퍼트에서는 커다란 군함 40척을 비롯하여 군사도 3만 명이나 잃었다. 블레퍼스큐의 손실은 이보다 더 컸다. 

 

 

어느 나라건 관습과 새로운 것에 대한 대립은 존재한다. 

인조가 광해군의 중립외교를 반대하며 보수적인 관습대로 친명배금 정책을 택한 결과 훗날 전쟁을 불러오게 되고, 

흥선대원군의 지나친 쇄국정책도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발전을 거듭한 일본과 비교하여 조선의 근대화를 늦춘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소인국에서도 관습과 새로운 의견에 대한 대립의 결과 수많은 내란이 일어나고 외부와의 전쟁도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조너선 스위프트는 계란을 깨는 방법에 대한 사소한 일로 대립하는 릴리퍼트 왕국에 빗대어 본질을 잊은 채 서로를 비난하는 데에만 바쁜 영국의 정치 현실을 비판했다.

 

이쯤 되니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소설, 모든 정치인들의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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