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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면 초등학교에서는 학급학생자치회가 조직됩니다. 즉 반장과 부반장을 뽑는데요. 반장은 학급학생자치회의 회장으로 선출되는 것입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반장'이라는 어감 때문인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당선되어 받아 온 당선증에 '학급학생자치회회장' 이라고 쓰여 있으니 뭔가 더 무게감이 있게 느껴졌어요.

반장 당선증

 

지난해 저희 쌍둥이들은 한 명은 3학년 1반, 한 명은 3학년 2반으로 각각 다른 학급으로 편성되어 학교에 다녔습니다. 보통 쌍둥이들은 학교에 입학하거나 새로운 반이 편성될 때 선생님께서 부모님께 같은 반으로 할지 다른 반으로 할지 의견을 물어 반을 편성해 줍니다. 저는 쌍둥이 아이들을 1학년 입학 때부터 줄곧 다른 반으로 편성해 달라고 하였는데요.

 

보통은 쌍둥이의 경우 부모님들이 같은 반으로 편성해주길 원하시더라고요. 특히나 입학하는 첫 해에는 더욱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아이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학교에 가게 되었을 때 저희 한 아이 반을 보니 뒷줄에는 쌍둥이가 짝꿍이 되어 같이 앉아 있었어요. 그 앞줄에 홀로 앉아있는 저희 아이를 보니 갑자기 미안한 마음도 들더라고요.(물론 모든 아이들이 홀로 입학하지만..) 그때는 제가 아이들을 너무 스파르타로 키우는 것이 아닌지, 첫 해에 적응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같은 반으로 편성해 줄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더라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희 쌍둥이들은 모두 각자의 반에 적응을 잘하여 올해 4학년이 되었고 저는 다른 반으로 편성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어요. 쌍둥이 반 편성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다음에 한번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반장선거로 돌아와, 

 

한 명은 당선되고, 한 명은 낙선  

 

 

 

저희 쌍둥이들이 각각 자신의 반의 반장선거에 출마했습니다. 다른 반이 되니 서로 경쟁할 일도 없고 좋았습니다. 둘다 반장 선거에 나간다니 나름 긴장하더군요. 반장이 되려면 공약발표를 해야 한다고 하니 더욱 긴장하고 발표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오는 듯했어요. 저희는 유튜브의 반장선거 후일담도 살펴보면서 공약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어요. 

 

그전에 저희 아이들의 특징을 간단히 얘기할게요. 이유는 아이의 특성이 발표능력이나 반장수행 능력에 당연히 영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쌍둥이 중 1호는 상당히 똘똘한 편입니다. 수학 쪽에 탁월함을 보이고 학업에 전반적으로 능동적입니다. 발표도 잘하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하는 편이에요. 

 

쌍둥이 중 2호는 그에 반해 공부보다는 그림이나 만들기 영역, 즉 창의적인 부분에 두각을 나타내요. 학업측면이나 발표의 능력 또한 1호보다 약한 편이에요. 

 

저는 당연히 1호가 당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어요. 둘 중에 한 명이 반장이나 부반장에 당선 된다면 당연히 똘똘하고 발표력이 좋은 1호가 당선된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2호가 반장에 당선되었어요! 저는 이런 반전에 깜짝 놀라서 자세히 상황에 대해 물어봤어요. 분석해 보니 약간의 운도 작용했더라구요. 1호 반에서는 경쟁자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경쟁이 더 치열했어요.   

 

당선의 비결

 

 

 

경쟁이 치열했다고 하나 저는 2호가 당선된 것은 그보다는 둘이 다르게 작성한 연설문에 있다고 생각했어요.사실 연설문이라 할 것도 없이 그날 아침에 대충 노트에 연설내용을 적었는데 1호는 완결성 없이 대충 적었어요. 워낙 자신감이 충만한 아이라 뭔가에 대해 긴장하거나 하지 않아 대충 적은 것이 낙선의 요인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읽어봐도 뭔가 부자연스럽고 임팩트도 없었는데 아이가 고치기를 귀찮아하더군요. 

 

그에 반해 2호는 발표에 대해 두려움도 있고 자신감이 부족했으니 연설문에 정성을 쏟더라구요.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연설문 준비에 몰두했어요.

 

아이들 연설문으로 센스 있으면서 쉬운 방법은 바로 자신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는 것이에요. 저희 2호도 그렇게 준비했습니다. 삼행시를 이용해 학급을 위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함과 동시에 유머를 적절히 넣어 길지 않게 준비했어요. 

 

또박또박 자신감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몇 차례 소리 내어 읽는 연습도 중요합니다. 

 

저희는 반장선거가 있는 날 평소 자주 입는 츄리닝을 피하고 깔끔한 면바지에 셔츠 차림으로 나름 깔끔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주려고 옷차림에도 신경썼어요. 나중에 입후보한 아이들 사진을 보니 옷차림까지 신경 쓴 아이들은 별로 없더라고요. 남색 면바지에 깔끔한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은 저희 아이들이 서 있는데 깔끔한 이미지가 좋아 보였어요.

 

아이들의 세계나 어른들의 세계나 첫 이미지는 중요하니까요. 투표하는 아이들이 그런 것까지 눈여겨 봤을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어렸을 때 깔끔한 아이가 좋아 보였습니다.

 

반장이 되고 나서, 자신감과의 관계  

작년에 2호는 반장이 되고 나서 뛸 듯이 좋아했어요. 평소 학업에서 언제나 1호에게 밀리고 은연중에 본인이 항상 1호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평소에 같은 양을 공부해도 언제나 1호가 결과가 좋았으니까요.. 지켜보는 저도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자신이 반장이 되고 학급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아이의 자신감이 한없이 올라가더군요.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반장에 출마한 것은 아닌데 아이가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책임을 지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사실은 아이에게 생각보다 큰 것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반장이 되고 나서는 자신의 학급에 일등으로 가겠다고 아침에 더욱 서두르기도 하고 숙제나 해야 할 일도 열심히 했어요. 아이가 '반장'이라는 직함에 그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놀라웠어요. 어른보다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에 제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올해도 두 아이 모두 반장 선거에 나가기로 했어요. 학교의 학사일정에는 3월 13일에 '학급자치회 조직'이라고 일정이 나와 있으니 곧 반장을 뽑을 것 같아요. 1호는 이번에는 꼭 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운 반면작년에 당선되었던 2호는 별 반응이 없네요.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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